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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14

할머니의 나무십자가 내 침대 머리맡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꽤 큼직한 십자가가 놓여있다. 어릴 때 나를 키워주신 우리 외할머니의 십자가. 투박하지만 손때 묻은 할머니의 유산. 성인 여성의 상체만 한 꽤 큼지막한 십자가는 30-40년 동안 할머니 집의 벽에 걸려 한 동안은 어머니의 걱정 어린 자식들의 기도를 한 동안은 손주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할머니의 기도를 차곡차곡 쌓았을 것이라... 독실한 신자였던 할머니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걱정과 위로와 희망과 소원을 십자가에 담았으리라...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3개월 남짓. 어릴 때 나를 키워주셔서 다른 손주들보다 나를 많이 아끼시던 할머니가 내게 마지막으로 남긴 십자가. 나는 독실한 신자도 아니고, 성당이나 교회를 주기적으로 나가는 사람도 아니지만, 할머니의 희로애락과 인생의.. 2020. 8. 28.
사랑이란 감정 사랑이란 무엇일까..? 철학적인 혹은 종교적인 개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상에서 스쳐가는 수많은 감정 중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의 특별한 평범성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어 졌다. 나는 아주 오랜 기간 연애 중이다. 한 사람과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햇수로 8년간 연애를 지속하고 있다. 보통 '8년째 연애 중'이라고 말하면 다음의 반응을 보인다. 1. 와 진짜 오래 만났네. 부러워요. 저도 오랫동안 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 2. 결혼하겠네요? 3. 중간에 헤어진 적 없이 8년간 만났어요? 4. 어떻게 한 사람을 그렇게 오래 만나? 다양한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 속에 존재한다' 8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만큼 내 기억 속 그는 담백하다. 유난하지.. 2020. 8. 19.
'성장이라는 거짓말'을 보고 47분짜리의 다큐멘터리를 드디어 보았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집중이 힘들었고 계속 미루기만 하였다. 오늘 아침, 마음을 먹고 다시 유튜브에서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을 보면서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다른 일을 하긴 했지만, 12시 30분에 시작한 다큐멘터리가 결국 오후 7시 46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그냥 휙 볼 수도 있는 다큐멘터리이지만, 내가 이해한 바를 한자씩 적고 싶었다. 47분짜리 동영상에는 많은 이들이 등장한다. 현재 우리 정부는 경제 부흥책으로 그린 뉴딜을 내놓았다. 다큐멘터리에서 말하는 녹색 성장 가설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녹색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는 서서히 탈성장의 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탈성장은 .. 2020. 6. 2.
진짜 삶을 그린 영화 행복을 찾아서, 조이(Joy) 최근 시청하고 감명받은 영화들이다. 어떤 공통점이 보이는가? 실제 인물들의 진. 짜. 삶을 그린 영화 행복을 찾아서와 조이의 주인공은 둘 다 고졸이었고, 가난에 시달렸고, 가족 간의 불화가 있었고, 책임져야 할 아이가 있었다. 두 영화는 평범함조차 사치로 여겨지던 사람들의 영화 같은 진짜 성공 스토리이다. 앞에서 언급한 두 영화를 시청하다 보면 '이쯤에서 행운이 따르겠구나, 이쯤 되면 일이 풀리겠구나'하는 cliché가 통하지 않는다. 마치 내 예상을 조롱이라도 하듯, 주인공은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한다. cliché 는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작품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들의 이야기는 실제의 삶이었을 테니까. 인생은 스크린 속 이야기처럼 불행과 행복을 1:1의 엇비슷한 비율.. 2020. 4. 28.
내 기억 속 IT 공룡들 (Amazon, Netflix)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아무도 없는 지구 반대편 타지로 부푼 꿈을 안고 혼자 긴 여정에 올랐다. 처음 1년은 뉴저지(New Jersey)에 있는 공립학교를 다녔다. 다음 2년을 준비하며 비자 변경과 함께 사립학교로 전학하면서 내가 선택했던 지역은 알래스카였다. 뉴저지 host family에게 알래스카로 전학 간다고 말했을 때, 내게 돌아온 이야기들은 '알래스카는 USD를 사용하지 않아.' '그들은 이글루에서 생활해!' 같은 그럴듯했지만 nonsensical 한 말이었다. 그들도(mainlanders)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기에, 그들의 조언이 딱히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경험하지 않은 자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지 말라는 말은 백 번 옳다!).. 2020. 4. 26.
글을 잘 쓰는 사람 그렇게도 글 쓰는 연습이 중요하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건만...! 책을 읽고,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글로 정리하여 남겨두는 습관을 들인 지 얼마 안 되었다. 사실 그렇다고 해 봤자 현재 진행 중인 책이 여러 권, 모두 동시에 읽고 있는 책들인지라 다들 끝내지 못했다. 퇴사 전 선물 받은 '아직도 가야 할 길(The Road Less Taken)'이라는 책은 선물이라는 부담감에 읽기 시작하였으나, 끊임없이 곱씹어보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문장들이 많아 잠시 덮어두었다가 어제 다시 읽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먼저 읽어본 사람들이 남긴 리뷰를 읽고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책을 읽고, 이해하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쓸 생각에 몸이 근질거린다. 어릴 .. 2020.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