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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3

할머니의 나무십자가 내 침대 머리맡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꽤 큼직한 십자가가 놓여있다. 어릴 때 나를 키워주신 우리 외할머니의 십자가. 투박하지만 손때 묻은 할머니의 유산. 성인 여성의 상체만 한 꽤 큼지막한 십자가는 30-40년 동안 할머니 집의 벽에 걸려 한 동안은 어머니의 걱정 어린 자식들의 기도를 한 동안은 손주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할머니의 기도를 차곡차곡 쌓았을 것이라... 독실한 신자였던 할머니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걱정과 위로와 희망과 소원을 십자가에 담았으리라...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3개월 남짓. 어릴 때 나를 키워주셔서 다른 손주들보다 나를 많이 아끼시던 할머니가 내게 마지막으로 남긴 십자가. 나는 독실한 신자도 아니고, 성당이나 교회를 주기적으로 나가는 사람도 아니지만, 할머니의 희로애락과 인생의.. 2020. 8. 28.
귀중한 답장 답장이 왔다. 더 해빙의 홍주연 작가님이었다. 딱 일주일이 걸렸다. 내가 보낸 메일의 답장이 오기까지. 평소엔 메일이 와도 훑어보지도 않는 난데, 참 신기하게도 그 답장은 메일 알림 진동이 울리자마자 제목을 찾아봤다. 그리고 온몸이 벅차올랐다. 나는 애초에 작가와의 대화, 작가와의 만남, 북 사인회 등을 따로 시간을 내어 찾아가지도 않지만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런데 더 해빙의 이서윤 선생님은 꼭 만나보고 싶었다. 사실 책을 읽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여러 경로와 검색을 통해 겨우 메일 주소 하나를 알아내었고, 만나뵙고 싶다는 말을 진심을 담아 빼곡히 적어 보냈다. 답장이 왔다. 홍주연 작가님이었다.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답장에는 그녀의 진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하루에도 몇 백 아니 몇.. 2020. 3. 27.
'나이'라는 상대적 개념 "생각해보니 엄마는 내 나이 때 나를 낳았네..? 와.. 어떻게 보험일을 시작했어? 대단하다.." 50대 중반의 엄마는 20대 후반인 나보다도 활기찬 사람이다. 아침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집안일을 하고, 밥을 차려내고, 골프 연습을 가고, 사람들과의 약속을 다니는, 체력 하나만은 끝내주는 사람이다. 우리 엄마는 참 힘들게 살았다.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던 어린 시절을 지나 가세가 기울면서 엄마 인생에 고난이란 단어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대학생 때부터 동생 둘을 맡아 키우면서 주중에는 학생 조교로 주말에는 골프 캐디로 퉁퉁 부은 다리를 이끌고 동생 둘을 대학에 보냈고, 결혼한 후에는 IMF 직격탄을 맞고 주저앉은 남편 대신 집안의 가장으로 딸 둘과 시댁, 남편을 모두 케어했다. 첫째인 나를 낳고 1년이 조금 .. 2020.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