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일까..?
철학적인 혹은 종교적인 개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상에서 스쳐가는 수많은 감정 중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의 특별한 평범성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어 졌다.
나는 아주 오랜 기간 연애 중이다.
한 사람과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햇수로 8년간 연애를 지속하고 있다.
보통 '8년째 연애 중'이라고 말하면 다음의 반응을 보인다.
1. 와 진짜 오래 만났네. 부러워요. 저도 오랫동안 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
2. 결혼하겠네요?
3. 중간에 헤어진 적 없이 8년간 만났어요?
4. 어떻게 한 사람을 그렇게 오래 만나?
다양한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 속에 존재한다'
8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만큼
내 기억 속 그는 담백하다.
유난하지도 그렇다고 무뚝뚝하지도 않지만,
그 나름대로의 애정 표현을 하고,
뜨거움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한결같은 사랑도 주고 있다.
눈에 띄게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거나
슈트빨에 다시 한번 반하게 만들 만큼의
몸매를 가지진 않았지만,
나를 대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매 순간 진심이었던 담백한 사람이다.
8년간 내가 걸어온 길을
뒤에서 묵묵하게 지켜주며 함께 걸어온 사람이자
나의 20대를 모두 기억해주는 사람.
물론 나와 맞지 않는 점도 많고
사귈수록 단점이 드러나 보이는 건
나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요즘 들어 마음이 잔잔했다.
오빠를 생각할 때도, 대화를 주고받을 때도
설렘이야 이미 희미해진 감정이라 쳐도
막연히 존재하던 좋다는 느낌마저 사라진 고요함.
3주 만에 주말에 만나 데이트를 하는데
그 고요함을 오빠도 나도 느꼈다보다.
'헤어질 때가 되었나..' 싶었는데,
또 옆에서 노력하는 오빠를 보니
안쓰럽고 짠했다.
다만, 예전처럼 안쓰러움에
마음이 아려온다거나 찌릿하는 경험은 없었다.
.......
대체 뭘까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이건 사랑이 아닌 걸까?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유효기간이 훌쩍 넘어버린
우리의 연애에는 그 '일반적인' 사랑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뭐랄까.. 나의 사랑은 특별하다고 생각했달까?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은가,
나는 특별하다고.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그 주말이 지나고,
생각을 곱씹어보았다.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뒤죽박죽이지만
그럼에도 글로 남기고 싶었던 이유는
나의 고요함 속에 다시 돌을 던지고 싶어서였다.
고요함 속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다시 마음속에 사랑의 울림이 퍼져나가기를
그 잔잔한 고요함 또한 다른 형태의 사랑임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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