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oughts

서른에 수학 배우기 (새로운 언어 습득하기)

by stella.bright 2021. 8. 24.
반응형

나이 서른에 10년도 넘게 덮어두었던

수학책을 다시 펴고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혹은

내 머리에 존재하지조차 않던

수학 지식 쪼가리들을 모아서

하나씩 연결해본다.

 

'유레카!'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전에는 그냥 외우던 공식을 이해하는 순간도,

분명 배운 기억 없는 새로운 지식과 맞닥뜨리는 순간도,

도대체 왜 배우나 싶도록 어려운 퍼즐들을 마주하는 순간도

모두 내 나이 서른에 무려 '수학'을 수학하면서 생긴 일이다.

 

나는 뼛속까지 문과라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은 그 이후 나에게서 잊혀졌다.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또,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내가 가진 "수학적" 지식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했고

그렇게 고등 수학이라는 벽에 부딪혀

허우적거릴 거라고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내 나이 서른에서야.

 

처음에는 의문 덩어리였다.

수식은 왜 이렇게 쓰이는지,

이 수식이 의미하는 바가 왜 이것인지

아무리 생각하고 연결해보려고 노력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익숙하지 않고,

그래서 충분히 어렵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다만, 이제는 수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뭐랄까. 어느 순간 수학도 새로운 언어임을 인정하게 되었달까?

현대 통계학을 배우려면,

기본적으로 미적분을 알아야 하고

계량 경제학을 배우려면

기본적으로 선형대수가 선행되어야 한다.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꼽히는 것이

하나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이다.

 

이제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다른 학문을 구성하는

하나의 언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공식만 외우고 대입해서 답을 얻어내는

재미없고 머리 아픈 학문이 아니라

나의 가설을 검증할 때 필요한 도구를

이루는 하나의 언어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즐겁다.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아도,

머리가 아파도,

내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나는 원래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수식으로 가득한 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통을 동반하던 나는

그러한 이유로 뼛속까지 문과라 생각했었다.

 

재미가 없어서 흥미가 없었고,

흥미가 없으니 노력하지 않았고,

노력하지 않으니 잘하지 못했다.

 

 

그런데 수학을 새로운 언어라고 생각하자 

무언가 재밌다.

 

새로운 notation을 배우고 그것을 활용해

어려워 보이는 수식을 작성하고

그것을 보고 이해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으면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수학이라는 또 다른 언어가 열어줄

새로운 세상 속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주 기대가 되는 밤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