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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 착한 치과

by stella.bright 2020.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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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강창용 원장님의 내부 고발로 전국이 들썩인 적이 있었다.

그 후 '착한 치과 리스트'는 치아가 아플 때마다 한 번씩은 검색해본 것 같다.

과잉 진료로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차치하고 자연 치아를 죽이고 나면 다시는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원체가 의심도 많고, 겁도 많아서 혹시나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부지런히 손품(?)을 파는 사람이다.

어느 날, 스케일링을 받을 치과를 찾던 중 아무 생각 없이 아버지의 추천을 받고 간 치과에서 대대적인 치과 진료를 받는다. 무슨 상술에 넘어갔는지는 모르지만, 초등학교 때 씌웠던 금니를 빼고 신경 치료 및 염증을 제거하고, 레진으로 씌웠던 치아를 드러내어 충치를 치료했다. 하마터면 임플란트도 할 뻔했으나, 워낙 궁금한 것도 많고 의심이 많아 원장님을 질문으로 괴롭히던 내가 어지간히도 귀찮았던지 금으로 어금니 두 개를 때우고는 나는 다 했다! 며 손을 드셨다. (원래 임플란트 때문에 시작한 치료였다..)

 

어금니 두 개를 금으로 때우는 과정에서 해프닝이 조금 있었고, 이미 다른 치과에서 치료를 받던 엄마의 눈에는 치료 과정도 탐탁지 않았나 보다. 결국 다른 치과도 가보라는 엄마의 조언에 잠시 치과 치료를 미뤄두었다. 잠시 다른 얘길 해보자면, 내가 사는 동네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동네이다. 우리 가족은 아파트 입주 초반에 들어와 살았던 터라 정말 아무 편의 시설이 없을 때부터 살았다. 지금은 다행히 카페도, 편의점도, 세탁소도, 식당도 생기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 집 옆 상가에 치과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개원하면 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어느 날 오픈되어 있는 치과를 보았다. 그다음 날 바로 치과에 들러 X-ray 사진을 찍고 바로 전 치과에서 어디까지 진료를 받았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임플란트를 주문했다.

 

선생님은 X-ray 사진을 유심히 보시더니 일단 잇몸 치료를 진행해보자고 했다. 잇몸 치료를 끝내고도 정 안되면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는 건 마지막에 해도 된다면서.. 본인은 정말 필요한 치료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면서..

순간 강창용 원장님을 보는 듯했다. 그래도 걱정이 많은 나는 이것저것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원장님은 정말 친절하게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셨다.

 

 

"만약 원하신다면 해드릴 수 있어요. 병원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임플란트 하는 게 훨씬 낫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일단 살릴 수 있다면 한 번쯤은 살려보는 게 나아요. 그러니 잇몸 치료를 해봅시다."

 

 

말로만 들었던 (다른 치과에서는 해주지 않던) 잇몸 치료를 받았다. 크... 아프다... 그런데 내가 받고 싶었던 치료였다. 다른 치과들을 다녀본 결과로는 말은 잇몸 치료라는데 맨날 같은 스케일링만 해주더라. 오늘 치료를 받고 이틀 만에 방문했다. 본격적인 잇몸 치료에 들어가기 전, 스케일링을 받았다. 물론 스케일링에 들어가기 전, 나의 질문 세례는 또 시작되었고, 선생님은 '학술적인 이야기까지는 원래 하지 않는데..' 라며 전문적인 지식까지 더해 나를 안심시켜주셨다. 스케일링이 시작되는데 내 옆에 앉은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치료를 받으려 앉아 있었고, 선생님이 다가가자 울기 시작했나 보다.

 

"안녕..?" 어색한 듯한 인사와 함께 "울지 마, 아픈 거 아니야. 왜 울지? 울만한 일이 아니야~" 순박한 톤의 목소리로 어색하지만 따뜻하게 안심시키며 치료를 하는 의사 선생님이 갑자기 너무 웃겼다.

 

 

진료비 납부를 위해 카운터에 서 있다가 치과위생사님께 물었다. 환자가 많냐고. 아직 오픈 초기라서 많이 없단다. 갑자기 나라도 이 정직한 병원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착한 기업, 착한 자영업자는 매출로 혼내줘야 하듯, 착한 치과는 환자로 혼내줘야 한다! 아직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내 블로그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얼마 없다. 그래도 혹시나 우연히 지나가다 들른 누군가가 향동동에 살고, 치과를 알아보고 있다면 이 치과를 추천하고 싶다. 대놓고 이름을 밝히기는 좀 그러니 힌트를 주자면, 1층에 아직 입주하지 않은 투썸플레이스와 약국, 크린토피아가 있고 (내가 알기로는) 향동동에 있는 유일한 PC방이 있는 그 건물 3층에 위치한 치과이다. 치료를 받다 보면 원장님의 어색하지만 꾸미지 않은 순박한 말투에 매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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