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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테넷(TENET) 리뷰, 그 너머를 보다. (스포주의)

by stella.bright 2020.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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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Nolan. 

하나의 브랜드가 된 그가 새로운 영화를 들고 나왔다.

 

내가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그의 신작 'Tenet'이다.

잠깐 찾아보니 Tenet은 사토르 방진의 가운데 단어로 가로, 세로, 위, 아래

어떤 방향에서 읽어도 같은 단어가 된다고 한다.

 

'붙잡다'라는 뜻의 'tenere'에서 나온 유래된 단어라고 하는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분의 블로그에서 살짝 tenet의 뜻을 찾아보았으니, 자세한 건 참고하시길...

(참조: blog.naver.com/silver1ne/222074881719)

 

 

영화를 보기 전 잠시 리뷰를 훑어보았는데,

'역시 놀란 감독'이라는 말과 함께 '한 번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이 지배적이었다.

인터스텔라도 여러 번을 보고 이해했던 나로서는 이해를 위해서는 N차 관람이 필수라는 생각을 하며 본 영화이다.

 

 

인버전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회전문을 통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미래와 현실에서 다리 역할을 하며 현실 세계와 인버전 세계를 뒤집어

3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악당이 있고, 이를 막으려는 주인공이 있다.

 

 

줄거리만 보면 타임머신(가까운 과거로만 이동이 가능하지만)이 등장하고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악당과

이를 막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 중심의 cliche가 가득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처럼 들린다.

 

다만, 그 속에서 연출과 영상미가 다른 영화와의 차이점을 그려내고

인버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얽히고설켜 난해함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뻔한 스토리를 뻔하지 않게 그려내는 역시 '놀란 다움'을 보여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궁금했던 건,

'왜 미래(현재)의 누군가가 현실(과거)의 누군가와 협력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하는 것인가?'였다.

영화 속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할아버지의 역설(Grandfather paradox)'이 존재할 텐데 말이다.

즉, '현재(과거)의 세계를 멸망시키고 생존해 있는 모든 것을 몰살시키면

미래(현재)의 그들이 애초에 존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래(현재)에서 현실(과거)을 조종하려는 그들의 동기는 영화의 후반부에 아주 잠시 등장한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강물이 말라버려...' 

 

즉, 현실(과거)의 우리로 인해 미래(현재)의 그들이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하고 강물이 말라버리는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야기되는 시점에

생존한 모든 것을 몰살시켜서 기후변화를 막는 것.

 

나는 인버전이라는 개념도, multi-layered time zone도,

악당을 막는 주인공도 모두 흥미롭고 인상 깊었지만,

모든 상황을 야기한 원인기후변화에 두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로웠다.

 


원래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할 예정이었다던 영화라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넷플릭스에 접속해 놀란의 이름을 검색했다.

많은 작품 중에 인터스텔라가 보이길래 오랜만에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인터스텔라'

나에게도 어렴풋이 그러나 뚜렷하게 남아있는 영화의 이미지, '블랙홀, 특이점, 상대성 이론 그리고 우주.'

 

그 어려웠던 영화의 처음 10분은 기후변화 탓에 제한된 곡물밖에 재배하지 못하는 땅과

TV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음식을 수확하는 농부가 필요하다는 학교 선생님,

그리고 사막화로 인해 잊을만하면 찾아와 사람들을 괴롭히는 모래바람으로 채워져 있었다.

 

맞다! 가족 간 생이별, 우주 탐사, 죽음, 상대성 이론, 5차원, 절절한 재회.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은 결국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이 살기 부적합해진 지구를 떠나

인류의 재건에 적합한 다른 행성을 찾기 위함이었다...!

 

'놀란 감독이 기후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나?' 싶다가도 

미래를 상상하며 스토리를 창작하는 그에게 있어

'기후변화는 어찌 보면 당연하게 당면해야 할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이에 인류가 적응할 방향을 공부하고 싶어

이 분야로의 공부를 시작한 대학원 신입생에 불과하지만,

수업을 듣고 자료를 찾아볼수록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원에서 그리고 내가 활동하는 청년모임에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정책, 캠페인, 활동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그 울타리 밖을 나오면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사람들과 마주친다.

 

기후변화가 무엇인지 관심도 없는 사람도 있고,

기후변화에 관심은 있어도, 행동으로 실천할 만큼의 동기가 없는 사람도 있다.

울타리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앞에서 열거한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정말 소수나마 일상 속에서 일회용을 안 쓰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낭비를 하지 않고,

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펼치고, 정치권에 입장을 표명하는 청년들도 있다.

 

이들이 거창한 포부가 있고 원대한 꿈이 있어 그러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들은 '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자손이 살아갈 미래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기후변화는 참으로 신기하다. 중간이 없다.
기후변화 그 자체도,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대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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