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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공부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제1부: 돈은 빚이다

by stella.bright 202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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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최고의 가치를 갖는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로 흐를까?

 

인류 500만 년의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자본주의가 등장한 시간은 23:59:56.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한 이후, 물가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상승해왔다. 상품의 가격에 대해 교과서에서 배운 '수요와 공급' 법칙. 그렇다면 이 법칙 때문에 물가가 상승한 걸까? 

 

경기 침체 시기마다 뉴스에 흔히 등장하는 양적완화, 통화팽창(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시중에 도는 돈의 양이 많아진다는게 무슨 의미일까?

우리가 아는 것처럼 조폐공사는 돈을 찍어낸다. 하지만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 중 조폐공사에서 발행한 돈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정부가 돈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지만 실체는 좀 다르다. 시중에 돌고 있는 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종류의 돈은 은행이 대출을 통해 돈을 불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A가 은행에 100원을 예금한다. A의 통장에는 100원이 찍혀있다. 예금된 100원 중 은행은 법정지급준비금(required reserve) 10원을 남겨두고 90원을 B에게 대출해준다. 이 경우 시중에 도는 돈은 총 190원이 된다. 


은행/금융의 역사는 16세기로 거슬러 간다. 당시 화폐는 금이었으나, 금은 휴대하기에 무거웠다. 영국의 금 세공업자(gold smith)는 금을 휴대하기 편하게 금화로 만든다. 금화 보관을 위해 금고를 만들고, 사람들은 금을 보관하기 위해 금 세공업자에게 본인의 금을 맡기고 금 보관증을 받는다. 금 세공업자는 보관증을 주고 보관료를 받았다. 얼마 후 사람들은 금화 대신 금 보관증을 거래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금 세공업자는 금화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 시작한다. 왜냐고? 사람들은 한 번에 모든 금화를 찾아가지도 않고, 모두 한꺼번에 몰려들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금 세공업자는 사람들이 맡겨둔 금화를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금 세공업자를 찾아가 항의하고, 금 세공업자는 이들에게 금을 대출해주고받는 이자를 나눠주겠다고 설득한다. 사람들은 좋은 제안이라 생각하여 이를 받아들이고, 금 세공업자는 예금 이자보다 더 많은 대출 이자를 받고 있으니 걱정이 없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자신의 금고에 금화가 정확히 얼마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금 세공업자는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화를 빌려주기 시작한다. 금 세공업자는 금고에 있는 금화 가치의 10배에 달하는 보관증을 발행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10%의 금화만 찾으러 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금융법의 10% 지급 준비율의 토대가 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지급 준비율은 3.5%이다. EBS 다큐에서는 중앙은행에서 5,000억 원을 찍어내어 시중은행으로 유통했다고 가정하고, 지급 준비율 3.5%을 토대로 은행이 자산을 불리는 경우를 계산 한다. 최대한으로 대출을 해준다는 가정하에 총 6조 60억이라는 금액이 시중에 유통된다. 5,000억 원이 6조가 되는 마법이다. 

 

통화량의 증가에 따라 물가도 함께 상승한다. 시중에 돈이 많아지니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같은 양의 돈으로 살 수 있는 실물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한 국가의 중앙은행은 일반적으로 통화량 조절을 위해 2가지 권한을 가진다. 1) 이자율 조정 2) 화폐 발행 (보통은 경기 침체 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이자율)를 낮춘다.)

 

즉, 인플레이션은 1) 은행이 대출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경우 2)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 돈을 불리는 경우에 발생한다. 


앞에서 은행이 대출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경우 시중에 도는 돈의 양이 증가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출을 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이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을 누군가 다시 대출하지 않으면 이자는 애초에 갚을 수 없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방법은 더 많은 돈을 찍어내는 것뿐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통화량을 팽창시키고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현대 금융 시스템에 애초에 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군가가 대출을 갚기 위해서 누군가는 파산을 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빚 보존 법칙에 의거한다. 그중 가장 못 배우고 취약한 계층이 가장 먼저 파산의 대상이 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경쟁은 필연적이다. 애초에 돈은 빚이기 때문이다.

 

파산이 연속으로 발생하면 시중에 도는 돈이 줄어들면서 통화량이 줄어들고 통화 팽창이 멈춘다. 이때,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디플레이션은 통화량의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이다. 시중에 돈이 없으니 기업의 활동이 위축된다.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고용은 커녕 직원들을 해고시킨다. 실업률이 늘어나고, 가계의 소비가 줄어든다. 그 결과로 경기가 침체된다. 

 

인플레이션 후에 디플레이션이 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 호황은 빚으로 쌓아 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다큐가 만들어진 때는 2012년이다. 그 당시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던 2008-2009 경제 위기의 여파가 잠식되지 않았을 시기였다. 여전히 세계 각국은 경제 위기의 영향 아래 있었다.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2008-2009 경제 위기는 부실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야기되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였지만, 정작 다른 국가들에 비해 미국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는 '미국 달러 = 전 세계 기축통화' 로 설명이 가능하다. 기축통화란 국제거래에 통용되는 결제 수단이다.

 

2차 세계 종전 직전, 외환 금융 시장 안정과 무역 활성화 목적 아래 브레튼 우드 협정(Bretton Woods Agreement)을 맺는다. 협정의 결과로 금 태환 제도(gold standard system)가 실행된다. 금 1oz 당 35달러로 세계 각국의 통화를 미국 달러로 고정시킨 것이다. 미국의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가 되는 순간이었다. 

 

1971년 미국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금 태환제를 폐지한다. 금과는 무관하게 화폐를 찍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현재 미국 의존적인 세계 금융시스템 위에서 미국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미국은 연방준비은행, 흔히 FRB라고 불리는 곳에서 화폐를 찍어낸다. 당연히 정부기관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은 몇몇 민간은행의 법인이다. 즉,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몇몇 금융 자본이 세계 금융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 경제의 미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큐멘터리에서는 안타깝게도 미국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좋든 싫든 for the foreseeable future 까지는 미국에 고정(stuck)되어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금융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미국의 금융 정책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애초부터 꼬여버린 통화 정책과 탐욕스러운 금융 자본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에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제1부 돈은 빚이다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0LYMTsj_eqc&t=206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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